H. Jun Huh

정말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바꾸긴 한 걸까?

정말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바꾸긴 한 걸까?

얼마 전 저녁을 먹으러 음식점에 가려던 찰나, 스마트폰 배터리가 3%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급하게 다시 집으로 올라가서 핸드폰 충전기를 꽂아놓고 카드만 들고 나왔죠. 그리고는 양손이 자유로이 허전한 느낌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일 보던 공간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공간에 압도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원초적 두려움이었습니다. 단순히 스마트폰 하나 없었을 뿐인데 세상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리곤 소프트웨어 개발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정말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바꾸기는 한 걸까? 편리함을 준 것 외에 무엇이 있지?

적어도 밖으로 보이는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변화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100년도 넘은 기술이고 기차는 200년 된 기술입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패러다임의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시장에서의 혁신도 소프트웨어만 가속되고 있고 나머지 분야는 오히려 퇴보 중입니다.

저는 소프트웨어가 다른 분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은 물리적인 공간이고 소프트웨어는 아직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하지 못했습니다. 배달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더 많이 돌아다녀야 하고 피지컬 AI를 도입한 휴머노이드가 거리를 활보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테이블오더가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처음에는 설치된 음식점이 드물어서 볼 때마다 신기했지만, 이제는 어느 음식점을 가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와 결합해서 큰 시너지를 낸 분야입니다.

몇 년 뒤 범용적인 휴머노이드가 대중화되면 배달부터 음식 조리까지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에 선제적으로 적용될 거라 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성과 신뢰가 확보되면 제조업까지 확장되어서 사람이 개입하던 분야인 건설, 조선, 토목, 철강 등 2차 산업에도 적용될 거고요.

이제 소프트웨어 하나만으로는 가치를 내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앱 개발 트렌드는 이미 꺼진 지 오래고, AI는 이제 시작입니다. 그다음은 로보틱스 분야일 걸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현실에 더 관여하는 소프트웨어에 시대가 되면 진정으로 세상의 모습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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