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경고하는 것
<듄>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경고하는 것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공학도를 위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서 경고하는건 ‘초인’의 존재입니다. 초인은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독재자, 규제에서 벗어나는 사람들, 통제할 수 없는 집단. 우린 그런 사람들을 통칭해서 ‘권력가’라 부릅니다.
권력은 감정에 무뎌지게 만듭니다. 권력의 존재는 다른 사람과의 의존 관계를 제거해서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기에 필요한 공감 능력에 에너지를 분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즉,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죠. 우리의 뇌는 에너지 낭비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권력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의중을 살피고자 온 에너지를 집중하지 않을 겁니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막강한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소프트웨어에 종속되는 삶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덕에 개발자라면 영향력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도파민을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두에게 허용된 일은 아닙니다만 불가능하지는 않죠.
블록체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근의 블록체인 시장은 개발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낮은 수수료, 개발자를 위한 도구. 만일 블록체인이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도입되고 적용된다면 개발자는 이제 금융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에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던 시대에서 전 세계로 부터 결제대금을 받는다면 어쩌면 탈중앙화가 추구하는 탈규제의 꿈을 이룰 수도 있을 겁니다.
듄에서는 이런 상황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결국 독재자가 되고 정확히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능력을 토대로 경쟁세력을 말살합니다. 자그마치 610억명을 죽인 사람으로 표현되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결국 사회와 합의. 타협과 소통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참 모순적이게도 블록체인을 통해서 투명한 민주정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인류가 기술을 받아들이기 전에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