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Jun Huh

Even G2 AR 글래스 리뷰

미국에 있을 때 “이건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Even G2를 2주간 사용해 봤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정발하지 않아서 해외직구로 구매했고요.1 다른 AR 글래스와는 다르게 가볍고 미니멀리즘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록색 단색 양안 디스플레이에도 끌렸고요. 메타 레이반 디스플레이를 잠깐 사용해 봤었는데, 확실히 두 기기 간 차이가 있습니다.

g2

메타는 단안에 풀컬러 디스플레이입니다,
반대로 Even G2는 양안에 단일 컬러 디스플레이죠.
선택과 집중이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무게는 36그램. 매일 착용해도 부담 없는 무게입니다. 다만 옆부분이 마그네슘 소재라서 사람에 따라 귀 부근이 눌려 아플 수 있습니다만, 안경에 고무 패드가 동봉되어 있어서 눌림을 방지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이게 전자제품의 탈을 쓴 안경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심합니다.

마감도 괜찮습니다. 마그네슘 합금 + 티타늄 조합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겉으로 충전 단자도 보이지 않고요. 케이스도 괜찮습니다. 케이스 내부는 부드러운 마감으로 안경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제 제가 2주간 매일 Even G2 글래스를 착용해보면서 느낀 장단점을 적어보겠습니다.

1. 깊이감과 디스플레이

양안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깊이감입니다. 내가 보고 있는 시야를 방해하지 않고 공간에 잘 녹아듭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이 깊이감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내 바로 앞에 선명한 디스플레이가 떠있는 느낌이고 마치 스타워즈의 홀로그램처럼 실재감 있게 보여집니다. 메타의 경우 단안이라 어색한 느낌이 들고 주변 환경과 조화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는데 Even G2는 공간에 떠있는 느낌이라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자전거를 탈 때 길을 찾기 편합니다.

g2-1

한낮에 하늘을 보고 있으면 약간 가려집니다만, 실내에서 사용하거나 야외에서 주변 사물을 볼 때는 선명합니다.

대신 실제 이미지를 띄우기에는 해상도가 좋지 않습니다. 대략 이렇게 보입니다.

g2-2

사진을 띄우거나 복잡한 렌더링에는 맞지 않습니다. 텍스트나 픽셀 형태의 디자인이 잘 어울리는 해상도입니다.

2. 잘 만든 기본기

발열은 거의 없었습니다. 7월의 더운 날씨와 뙤약볕에도 문제 없었고요. 주변이 밝으면 알아서 디스플레이의 밝기를 조절해줘서 낮이든 밤이든 선명하게 보입니다. 거의 충전기를 꽂아두지 않아도 배터리가 50%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디스플레이 특징이 매번 켜져있는 게 아니고(매번 보이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위를 봤다가 아래를 보는 제스처로 디스플레이를 켤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안경 끝부분 센서를 두 번 터치해도 됩니다. 그리고 자동으로 디스플레이가 꺼지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스펙상 192mAh 배터리 내장으로 48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충전 케이스는 안경을 약 7회 완충할 수 있어서 수 주간 실사용이 가능합니다. 사실상 배터리 걱정 없습니다.2

발열, 인터페이스, 배터리, 디스플레이 밝기 모두 인상적입니다. 만약 Even G2의 다음 세대가 나오고 멀티컬러에 더 높은 해상도가 적용된다면 그때는 압도적인 시각 경험을 주게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3. 미니멀리즘 디자인

겉으로만 보면 AR 글래스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일반 안경인 것 처럼 보이고요.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딱 필요한 기능만 있습니다. 메인에 보이는 위젯은 실시간 뉴스, 주식 차트, 캘린더, 노트를 띄워둘 수 있습니다. 끝부분 센서에서 스크롤 및 제어하거나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스마트링으로도 제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스마트링은 구매하지 않았는데 미니멀리즘 디자인과는 별개로 충전을 해야 할 디바이스가 많아진다는 불편함 때문입니다.

g2-full

당장 스마트폰 충전, 에어팟, 애플워치에 더해 안경과 반지까지 충전해야 하면 한 번에 배터리를 신경 써야 하는 장치가 너무 많아집니다.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이지만 막상 구축해야 하는 환경은 맥시멀리즘에 가깝습니다.

아마 앞으로 하드웨어 단계의 UX는 모든 AR 글래스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애플이 애플워치를 통해 제스처를 AR 글래스와 연동한다면 엄청난 UX 혁신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메타도 메타 레이반 글래스를 제어하기 위해 손목 밴드가 별도로 동봉되는데3, 애플의 경우 애플 워치가 이미 그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기대가 큽니다.

4. 생태계

플러그인 개발은 웹 개발 언어와 동일합니다. 내부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html과 자바스크립트만 사용됩니다. 웹뷰 형태로 렌더링 되어 보여지는 구조죠. 막 복잡한 개발 언어 필요 없이 그냥 웹 개발과 같이 구현되어서 엄청 빠른 개발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VR 개발과 다르게 안경을 낀 상태로 디버깅이 가능해서 카페와 같은 환경에서도 쉽게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고요.

이미 여러 플러그인 생태계가 있어서 각 상황에 맞게 날씨를 더 정밀하게 알려주거나, 타이머를 설정하거나, 체스(!)를 둘 수도 있습니다.

5. AI

이 안경의 핵심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AI 기능은 데모용으로는 훌륭합니다. “Hey Even” 이라고 말하고 질문하면 바로 응답이 오죠. 사용자 경험은 매끄럽고 좋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갈 수록 음성인식률이 떨어지고 실행조차 안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직은 개선점이 많습니다. 카메라가 없어서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AI가 알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공간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냥 상시 켜져있는 AI 어시스턴트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고요. 개인적으로 여기에 카메라를 달아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유용한 정보를 띄워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시스턴트가 아닌 실시간 번역 기능도 제공하는데요, 이건 나름 조용한 환경에서는 쓸만합니다. 앞 사람이 영어로 말하면 실시간으로 한국어로 바뀌어서 나타나고요. 경험 자체도 매끄럽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Conversate 기능도 발상은 좋습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 대화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는지 알려줍니다. 틀린 정보를 말했을때 교정해주는 기능이죠. 다만, 인식률이 많이 떨어지고 정확하지 않다는 게 여기서도 걸립니다. 예를 들어 “아웃백의 기원이 어디야?” 라고 물어봤을때 “900의 기원이 어디야”4로 알아듣는등 Conversate 기능이 기본적으로 되기 위한 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가격은 $599로 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아직 대중적으로 “와우” 하지 않고 기능 자체의 유용도도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조작은 여전히 불편하고요. 얼리어답터나 개발자가 아니라면 제품 구매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드웨어 마감은 좋지만, AI 기능은 부실하고 킬러앱이 부재합니다. 지도 앱이 그나마 자전거를 타거나 배달을 하는 사람들에게 킬러앱이 되겠지만 Even G2에 내장된 기본 지도 앱 또한 길찾기 기능이 좋지 않습니다.5

AR 글래스의 미래

BBC 드라마 〈셜록〉에서 마그누센이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셜록과 같은 기억의 궁전 보유자인데 사실상 한번 본 건 무조건 기억합니다. 특징은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옆에 띄워지죠. 마치 AR 글래스를 끼고 세상을 본 듯한 모습입니다6 7.

sherlock

앞으로의 AR 글래스는 실시간 기록(AI 음성 노트) + AI 에이전트 + 실시간 번역 + 시계의 조합과 같은 포지션이 될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무엇이든지 간에 인간의 기억력을 올려주거나 상황 판단력을 올려주거나 카메라가 있다면 줌 기능을 통해 시야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주는등(360도 카메라와 연동된다면 실시간으로 360도를 보게 될 수도…) 인간 능력 전반을 끌어올려줄 장치로 기대됩니다.

지금은 AI가 회사 업무 전반에 널리 쓰이듯이 곧 AR 글래스가 해당 포지션으로 들어온다고 봅니다. 애플이 처음에 업무용 데스크탑으로 시장 포지션을 잡고 소비자용으로 점차 확대되었듯이8, AR 글래스도 회사 환경에서 먼저 쓰인다음 점차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핵심은 인간 능력의 향상입니다. 기억하지 못한 사실이나 기타 정보를 기억해주거나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등, AI와 AR 안경의 통합은 이미 애플과 구글, 메타 모두 준비하는 미래입니다.

컴퓨터 -> 인터넷 -> 모바일 -> AI로 이어지는 기술 발전 방향은 인간 능력 향상이 항상 목표였습니다. 이전의 인류가 하지 못했던 능력을 새롭게 발현 시켜주었죠. AR 글래스도 마찬가지입니다.

Footnote

  1. 2026년 7월 기준, 한국 정발 계획은 아직 발표 없음. 다만 AI 기능과 번역에서 한국어를 지원하거나 포장지에 한국어 설명이 적혀 있는 등 회사 내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걸로 보임.

  2. Even Realities 공식 지원 문서 “Battery & Charging” 참고. 안경 내장 배터리 192mAh, 일반 사용 시 완충 후 약 2일 지속, 충전 케이스로 약 7회 완충 가능. https://support.evenrealities.com/hc/en-us/articles/13499279151375-Battery-Charging

  3. 메타는 별도의 손목 밴드로 허공에 대고 검지와 엄지를 맞닿는 제스쳐를 통해 클릭을 구현한다. 예를들어 음량을 조정하고 싶다면 핀치한 상태에서 손목을 돌리는 방식으로 제어 가능하다.

  4. 아마 아웃백을 아홉백으로 알아들으면서 9 + 100 = 900으로 인식한 듯 하다.

  5. 지도의 경우 한국에서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는 버그가 있다. 그리고 지름길이나 새로 생긴 길을 업데이트 하지 못하는등 기존 한국 지도에서 제공하는 기능보다 떨어진다.

  6. 셜록 s3e3 “마지막 서약”, 2014년 1월 방영

  7. 참고로 여기서 이미지의 시점은 마그누센 1인칭 시점이다. 앞에 보이는 사람은 스몰우드 여사.

  8. 1979년 출시된 스프레드시트 VisiCalc는 개인용 컴퓨터 최초의 “킬러 앱”으로 불린다. 취미용 기기로 여겨지던 Apple II를 기업이 업무용으로 구매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형성된 업무 시장이 다시 “사무실과 호환된다”는 이유로 가정용 구매를 끌어들였다. 이후 Macintosh 역시 LaserWriter + PageMaker 조합으로 데스크톱 퍼블리싱이라는 업무 시장을 먼저 장악한 뒤 소비자 시장으로 넓혀갔다.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