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없는 회사에서 신입 개발자로 살아남기 (2)
시니어 없는 회사에서 신입 개발자로 살아남기 (2)
- 라이브 코딩 합니다.
자리가 있긴 하지만 앱 개발 진척 상황을 빠르게 보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대표님 시간이 나실때마다 같이 라이브 코딩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능은 빼고, 저 기능은 추가하고. 대표님께서 지시하시면 저는 그 기능을 추가하고 뺍니다. 저도 어떻게 가능한 건진 모르겠는데, 하려니까 되긴 하네요.
진짜 말로만 듣던 마이크로 매니징의 끝판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젠 그 어떤 클라이언트를 만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지경입니다. 사실 이러한 마이크로 매니징에는 이유가 있는데, 저도 어디까지 개발하고 다듬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앱 마감은 가까워지고 주말에도 빌드하고 배포하는 게 부지기수니 차리리 자리에서 끝내고 마감시간 지키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작은 회사인 만큼 이해합니다. 대표의 심정도 전부 이해하고요. 저 같아도 고객들이 채널톡으로 뭐라뭐라 하는 상황에서 직원의 입장을 이해할 만큼 여유롭지는 못할 겁니다. 거의 매일같이 하루에 수 십건 전화가 오는데 바로 앞자리에서 고객 응대하는 걸 보고 있으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깁니다.
- 그럼에도 괜찮은 회사
저는 단 한 번도 칼퇴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칼퇴를 요구합니다. 무조건 6시 되면 퇴근입니다. 그리고 월급도 밀리지 않습니다. 요즘 회사 답지 않게 영업이익도 매출도 잘 나옵니다. 출퇴근 시간 10분 컷 입니다. 하남 지식 산업 센터에 위치해서인지 기숙사가 정말 가깝습니다. 8시에 기상해서 8시 30분에 나갑니다. 위에 적어둔 모든 어려움을 상회하고서라도 출근 시간이 짧다는 건 정말 좋은 장점입니다.
사람들도 좋습니다. 함께할 개발자가 없다는 것만 빼면 좋습니다. 개발자야 뭐 커뮤니티 활동 하면서 만나면 되는거고 얼마 전에는 해커톤을 격주로 다녀와서 좋은 개발자분들과 네트워킹 하고 자극받았습니다. 얼마든지 외부 네트워킹을 통해 동료 개발자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압도적 성장
첫 술에 배부름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첫 회사인 만큼 모든걸 바라는 마음은 사치입니다. 대표님도 한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하시다가 창업하신 만큼, 시행착오를 겪으시면서 성장하는 중이라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계시고요. 피부로 느껴집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저도 언젠가 대표의 길을 걷거나 공동 창업가의 길을 걷겠지만, 옆에서 대표의 책임감을 보면서 성장하는 것만큼 좋은 귀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돌아보면 회사에 대한 아쉬움 투성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훗날 아쉬움 없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내 직원만큼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좋은 성장을 경험하고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좋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올 수 있도록,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원래 취업 생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공동 창업하려다가 군대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몇 년 후를 기약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하는 중입니다. 저는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고요.
이 회사에 와서 “어떤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회사는 개인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중입니다. 저도 투자 없이 부트스트래핑 방식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은 만큼 이 회사를 키워 보려고 합니다. 키워가는 과정에서 고난은 있겠지만, 고난이 주는 배움은 확실하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