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Jun Huh

살고있는 기숙사가 경매에 들어갔습니다.

살고있는 기숙사가 경매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7월부터 하남 지식산업센터 근처에 있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월세 50에 보증금 500짜리 원룸형 기숙사라 괜찮은 가격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다른 기숙사에 비해 5만 원 정도 싼 가격이라 약간 의심스럽긴 했지만, 원래 입주하기로 했던 사람이 급하게 방을 뺀 상황이고, 제 입장에서는 당장 7월 15일부터 근무해야 했기에 별다른 선택지 없이 해당 기숙사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일, 정션 해커톤을 끝내고 다시 기숙사로 복귀한 순간 경매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제가 점유중인 부동산이 경매가 신청되었고, 집행관이 방문하려고 했으나 만나지 못해 안내문을 드린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받자마자 바로 부동산에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했고 중개인은 일단 월세와 관리비는 내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살다보니 참 별의별 일이 다 생깁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고 저도 이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끄고 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꽤 신기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부모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하셨고, 당장 기숙사가 경매로 나가 기숙사를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할머니 집에서 출퇴근하면 되고, 그마저도 다 안 풀린다 해도 이제 20살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고작 20살 밖에 안된 제가, “살다보니”라는 말이, 글을 쓰는 저 조차 어불성설처럼 느껴집니다. 특히나 지난 몇 달간 저에게 생긴 일은 예상치 못한 변수 덩어리였습니다. 하나하나가 도전이었고 앞으로도 그와 비슷하거나 더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은 올라오기 전 부터 어느 정도 예상 했었습니다.

기숙사에 딱 한 권. 저를 버티게 하기 위해 가지고 온 책이 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이라는 책입니다.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어떤 책을 가져갈지 고민을 했습니다. 기숙사에는 한 권만 가져가기로 했기 때문에 데카르트의 <방법서설>과 카뮈의 <반항하는 인간>,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2> 중에서 고민 끝에 명상록을 선택했습니다.

저보다 선대의, 지금보다 힘들었던 시기를 버텨내고, 또 성군으로 지금까지도 추앙받는 인물이 전쟁터에서 쓴 책인 만큼 저 책을 처음 접했던 날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내가 마주한 문제들이 저 사람이 겪은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책에 쓰인 철학적 사유를 하나하나 받아들이면서 그가 내면의 강인함을 길렀던 것과 같이,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얻지만, 군대에 다녀오고 해가 지나갈 수록 이러한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 자부합니다. 이제 막 설거지, 요리, 빨래를 배운 지 한 달 밖에 안 지났습니다만, 설거지 정도는 굉장히 익숙해진 만큼 하나하나 배워가면 됩니다.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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