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Jun Huh

잔디를 매일 심지 않아도 되는 이유.

잔디를 매일 심지 않아도 되는 이유.

잔디, GitHub 커밋 기록을 뜻합니다. 언제부턴가 모두가 매일 잔디를 심고 있고 다들 “나 성실해요”를 증명하기 바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잔디 심기에 너무나 많은 피로감과 역량을 쏟고 있다면, 쉬어야 하는데도 꾸역꾸역 의미 없는 코드를 짜는 나 자신을 보고 있다면 멈추시길 바랍니다.

저도 지금으로부터 4년전 매일 잔디심기를 도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커밋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얼마 못 가 중단했습니다. 코딩을 제대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고 무엇보다 지식의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배워야할 순간과 나아가야 할 순간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배워야 할 순간이었고 커밋 기록보다는 일단 문서를 읽고 해석하고 만들어보는 역량이 더 중요했습니다. 새로운 내용을 배워야 할 때는 일단 시도해봐야 하지, 꾸준함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꾸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학습을 방해하고 결국 번아웃을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잔디 심기가 주가 되면 안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은 “가치 창출”이지 꾸준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면 목적은 달성한 바가 됩니다.

  1.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꾸준한 반복이 체질에 맞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귀찮을 일을 줄이고 최대한 일을 하지 않으려는 효율적인 사람도 존재하고요. 누군가는 오랫동안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연구해서 기여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잔디 심기는 노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에 불과합니다. 매일 잔디를 심게되면 정작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고요. 여러모로 압박감에 시달릴지도 모릅니다.

  1. 불안함이 노력으로 해소되지 않도록

누구나 불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불안함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마음이 진정되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에 경우에는 불안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인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어쩌면 이 같은 생존방식이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져온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노력이 나와 맞지 않다면 나만의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저 또한 매일 잔디심기를 그만두고 나서야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압박이 없으니 공부가 잘 되는 스타일이라는걸 찾은 셈이죠.

불안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루 이틀 정도는 쉬어도 됩니다. 잠도 푹 자야 학습능력이 올라가듯이 휴식 또한 배움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1. 꾸준함이 매일일 필요는 없다

저는 링크드인을 매주 화요일 저녁에 게시합니다. 스레드는 매일 작성하고 있고요. 글쓰기가 천직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매일 코드를 짜는 일에는 아직도 익숙치 않습니다. 가끔 가족여행을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할 땐 코드를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4년전 저의 잔디와 지금의 잔디를 보면 지금이 훨씬 풍성합니다. 최근에는 해커톤에 다녀와서 더 풍성해지기도 했고요. 참 역설적입니다. 매일 코드를 작성하는 일을 포기했더니 꾸준하게 코드를 쓰고 있습니다.

태도와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꾸준함은 태도를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요. 꾸준함이 전부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방향성에 부합하는 작은 목표를 정해 천천히 실행하는 것. 그런 방법이 저에게는 맞았습니다.

끝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Study hard what interests you the most in the most undisciplined, irreverent and original manner possible.” ― Richard Fey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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