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가 반드시 집중해야 하는 4가지 역량
창업가가 반드시 집중해야 하는 4가지 분야
아래 4가지 역량이 향후 컨슈머 영역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순서대로 제품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창업가 본인이 나서서 제품을 소개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고객이 참여하게 되는 퍼널 구조를 그려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본은 따라온다.
- 제품
- 창업가
- 고객참여
- 자본
내가 만난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이 4가지 요인을 압도적으로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만약 스타트업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무엇이 좋은 제품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이 좋은 제품일까?
좋은 제품을 만드는건 어렵다.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덜어낼지의 게임이다. 애플은 초기 아이폰을 만들었을때 앱스토어가 없었고1, 채팅은 느렸고, 웹브라우징은 답답했다2. 사용하기에도 어려워서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능을 찾아야 했다.
애플은 처음부터 제품을 불친절하게 두었다. 기능도 된다의 수준이었을 뿐 매끄러운 통합은 여전한 과제였다. 애플이 집중한 단 한가지는 터치경험. 렉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터치 인터페이스에만 집중했다. 디테일에 선택과 집중을 했는데, 최대한 미니멀리즘하게 만들어 신경써야 하는 표면적을 줄였다. 100개의 디테일을 한 번에 챙기려면 평범해지지만, 10개의 디테일을 챙기면 10개에 한해서는 압도적이다. 한 번 디테일이 잡힌 후에는 앱스토어 부터 속도, 기타 등등 잡다한 불편함을 없앴고 그렇게 천천히 쌓이는 좋은 디테일이 현재의 애플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제품을 논할때, 불편함과 불친절함을 구분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전한다. 불친절함을 없애고자 불편함을 증가시킨다면 리텐션은 떨어진다. 반대로 불편함을 없애고자 친절하게 간다면 이탈률은 높아진다. 두 사이의 적절한 간극이 사용자가 제품을 계속 쓰게 하는 동인이며 잘 설계된 UX다.
여기까지가 좋은 제품의 원론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무언가 빠졌다. 제품을 왜 사용해야 하는가. 이게 무엇보다 근본적인 질문이다. 사용자가 왜 이 제품에 소비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면 모두 피상적인 분석에 그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 불편함을 해소해주거나 -> 고로 다른 제품 대비 압도적으로 편하거나 (=배민)
- 생산성을 올려주어 내 연봉을 올려주거나 시간을 절약해주거나 (=ChatGPT, 어도비)
- 순수하게 재미있거나 (=유튜브, 넷플릭스)
- 내 신념, 욕망 혹은 정체성을 자랑해주거나 (=덕질)
- 누군가와 연결해주거나 (=커뮤니티)
아마 대부분의 컨슈머 비즈니스는 여기에 속할거라 생각한다. 이 제품의 존재 이유인 Why를 찾고, 앞서 언급한 디테일인 How를 완성하며 What을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보며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이 곧 비즈니스다.
그리고 이걸 하려면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컨슈머 제품을 다 써보는게 중요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테크 유튜버들이나 다른 소비자들의 참여를 최대한 많이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내 제품으로 돌아와 무엇을 개선할지, 어디에 집중할지 선택하는걸 반복하면 된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창업가는?
좋다. 이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엔지니어형 창업가라면 잘 만드는건 기본이니 넘어가고, 잘 알리는 일과 잘 파는 일에 더 시간을 쏟아야 한다.
- 잘 만들기
- 잘 알리기
- 잘 팔기
결국 AI의 발전으로 만드는 기술은 평준화 되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잘 만드는 기술은 여전히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이건 어느정도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달성 가능하다. 좋은 소프트웨어는 천재적 재능이 아닌 잘 설계된 구조와 강제력에서 나오고, 이는 데이터흐름부터 디자인패턴, 테스트코드와 CICD 같은 기존에 있던 파이프라인과 개념으로도 해결 되는 엔지니어링 문제다.
그렇다면 잘 알리는게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스스로가 알리는게 중요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 써보고 싶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글. X와 스레드, 링크드인, 레딧, 디스코드등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영향력을 키우고 사람들 입에서 “미쳤다”는 소리가 나오면 성공이다. 잘 알리는 방법은 후술할 고객참여를 유도하는 방법 섹션에 적어두었다.
마지막으로 잘 팔기. 세일즈의 퍼널은 바이럴과 다르다.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자연스러운 결제로 유도되어야 하는데 1, 2번을 잘 해도 3번은 다들 어려워 한다. 그래서 사업이 어려운 게임인걸수도. 역시나 데이터를 보고 이탈률을 줄이고 리텐션을 높이는 정석적인 방법으로 매출을 올릴 수도 있지만 이미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게 한다. 1년전에 적은 MVP의 시대는 끝났다는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정설로 불리는 이론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정확히는 기본이 되었다. 이것만 하면 안된다). 기존 공식을 비틀고 창업가가 먼저 나서서 제품의 얼굴이 되어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후술할 아래 창업가들의 방법이 유효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Nothing 창업가 carl pei는 초기 Nothing 이어버드를 만들때 본인 회사의 이어버드와 다른 회사의 제품을 번갈아가며 소개했다. 회사 대표가 유튜브에 직접 나와 자사 제품을 소개했고3, 그 결과 Nothing은 지금 세계적인 제품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좋은 제품이 있었고 창업가가 직접 나서 제품을 소개했고 고객 참여를 유도했다. 게다가 그 고객참여는 회사의 지분을 사는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굉장한 특이케이스다4.
Airbnb도 너무 유명하다. 대표를 비롯해서 초기 창업자들이 직접 호스트 집에 찾아가서 손님 응대를 도왔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때부터 브라이언 체스키 Airbnb 대표는 자기 개인 계정에 회사 소식을 꾸준히 올릴만큼 창업가가 자사 제품의 얼굴이 되는 케이스다.
꼭 일론 머스크 처럼 무언가 위대한 사람만이 앞에 나와 고객과 소통해야 하는건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일 수록 대표가 앞에 나와서 자기 제품을 소개하는건 매우 중요하다. 당장 스마트폰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런치비디오 혹은 데모비디오를 촬영하거나 use case에 대한 영상만 재미있게 찍어도. 각 잡고 돈 들어간 영상이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느낌만 주어도, 소비자는 그 자연스러움에 지갑을 열고 충성고객이 된다. 멋 부리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팬을 만들고 이탈률은 높지만 동시에 리텐션도 높은 니치한 상태가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공략하라고 제안해주고 싶다. 이미 없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보다 이미 있는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는게 비즈니스적으로 합리적이다. 예를들어 Landlink 의 경우 미국와 EU에서 이미 활성화된 meshtastic 커뮤니티를 공략했다. 절대 idealistic한 분야를 공략한게 아니다. 비즈니스는 idealistic 하게 접근하면 망한다. 이미 있는걸 가져오자.
고객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
바이럴에는 3단계가 있다.
- 창업가가 바이럴을 일으키려고 하지만 고객이 원하지 않음
- 창업가가 쓴 글 혹은 미디어가 자연스럽게 플랫폼의 관심을 받음
- 고객이 알아서 제품 리뷰를 해줌
위대한 창업가들은 3번을 타깃한다. Pickle 사례를 들고 싶은데, 전 직장인 Pickle은 내가 만난 미국에서 가장 바이럴을 잘 하는 사람들이었고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았다. marques brownlee가 팟캐스트에서 Pickle에 대한 이야기를 30분5 넘게 할때. 아 이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계급 인플루언서가 알아서 제품 리뷰를 해준 케이스다. 3번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Pickle Launch Video가 5M을 찍은 후 X 전 세계 트랜딩에도 올랐다. 한국에 웬만한 바이럴 하는 창업가들은 명함도 못 내밀 만한 숫자다. (아, 그리고 한국에서 바이럴 1등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은 패스트팔로워 시장이라 미국에서 성공하면 자동으로 성공하는 그런 시장이다.)
Pickle을 떠나 개인적으로 개발한 map3d도 이와 같은 수순을 밟았다. 내가 쓴 글이 아닌 누군가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내 제품의 demo 영상을 대신 찍어주었고 미국 일본 중국 인도등 전 지역에 퍼진 계정이 내 제품을 소개해주었다. X에 map3d라고 검색하면 수 많은 사람이 찍어 올린 영상을 볼 수 있다. 다 참여율이 높다. 게다가 누가 처음으로 시작한건지 근원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1, 2번 바이럴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단순히 플랫폼에서 높은 참여율을 얻는건 의미가 없다. 진짜 바이럴은 좋은 제품이 알아서 바이럴을 해주는거고 불특정 다수가 내 제품을 소개해주면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효과이다.
자본
제품, 창업가, 고객 이 3가지 구조에서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퍼널이 깔끔하게 설계되어 있다면 자본은 들어온다. 매출이 나는 구조라면, 그리고 반복 매출이 가능하다면 투자유치도 가능하고 복리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때부터는 아마 진짜 사업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Omnisend의 일화는 이 분야에서 귀기울여볼만 하다. 이메일 마케팅 회사인데 초기에 시드 투자를 크게 받았다. 전환 사채 형태로 받았는데, 흑자 전환에 성공하자 투자자 돈을 다 갚아버렸고 이후로 VC 자금 없이 성장했다6. 옵시디언, 노션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자본을 받는게 아니라 거절할 수 있는 위치에 먼저 섰고 그 위에서 회사의 방향을 결정했다.
자본은 쫓는 게 아니라 거절할 수 있을때 비로소 내 편이 된다.
Foot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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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9일 출시된 초대 아이폰에는 서드파티 앱을 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가 없었고, 애플 기본 앱 15종만 탑재되어 있었다. 앱스토어는 1년 뒤인 2008년 7월 11일 iPhone OS 2.0(아이폰 3G)과 함께 출시됐다. 출처: Inverse, “15 Years Ago, Apple’s App Store Changed Everything”, Wikipedia “iPh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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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아이폰은 3G를 지원하지 않고 AT&T의 느린 2.5G EDGE 네트워크에서만 작동해, 출시 당시 NYT·WSJ 리뷰의 주요 비판 지점이 데이터 속도였다. 출처: Wikipedia “iPhone (1st generation)”, AppleInsid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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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pei는 자사 유튜브 채널에 자주 직접 출연해 신제품을 소개하고 고객 리뷰에 답하며 경쟁사 기기까지 분석한다. Nothing Ear (2)는 스튜디오 스타일로 언박싱하는 형식의 런치 영상으로 공개됐다. 출처: Medium, “The Story of Nothing”, Rustle Tow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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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은 애플과 마케팅비로 정면승부할 수 없다고 보고 커뮤니티 중심 전략을 택했다.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커뮤니티 의견을 반영한 팬 에디션 제품을 출시했으며, 칼 페이가 OnePlus 시절부터 써온 직접판매(D2C) 방식의 연장선이다. 출처: Techsponential, “Nothing Is Premium Now: Interview with CEO Carl Pe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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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마케팅 SaaS Omnisend는 초기에 16만 달러 규모의 엔젤 라운드를 전환사채(convertible note) 형태로 받았고, 흑자 전환 후 그 대부분을 상환한 뒤 부트스트랩·현금흐름 흑자 상태로 성장했다. 2019년 기준 ARR 650만 달러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