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Jun Huh

국가의 조건

얼마 전에 링크드인에 이런 글을 썼다.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결론은 세금은 반드시 내야한다는 결론이다. 한 개인이 버는 돈은 국가가 제공한 기초적인 인프라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100% 자신의 노력으로 결성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자산가들이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인데 왜 국가가 탈취해 가냐 불평하기도 한다. 축복받은 삶임을 알지 못하고 눈앞에 놓인 욕망에 사로잡힌 채 세금에 대해 한탄하기나 하고.

주권

국가는 주권을 가진 존재다. 사실상 모든 국가는 그 자체로 ‘참‘이다. 국가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의할 수 있으며 그 정의는 헌법으로 성문화되고 법률로 제도화된다. 그리고 입법은 옮음에 대해 논의하고 정의하는 기관이고 사법은 만들어진 법에 의해 집행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기관이다. 행정은 이 입법, 사법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돕고 국민들의 안녕을 걱정한다.

학창 시절 배운 한국의 삼권분립은 ‘국민에게 주권’이 있어야 하는 헌법 1조 2항 아래 세워진 제도였지만 그 자체로 진정한 주권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주권이란 스스로 옳음을 정의하는 권리라고 부를 수 있을텐데, 가장 주요한 권리이면서 자주독립과 절대적 힘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인 자연인에 이 권리를 부여해 줄 수 없으니 국민이라는 집단에 주권이 있다고 본다.

만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독립과 옳음을 주장한다면 이는 곧 질서의 파괴로 이어진다. 게다가 무정부주의의 실패처럼 이상적으로는 완전하지만 그 즉시 깨져버리는 상태를 낳는다. 국가 없이 개인은 아무런 힘도 의미도 없다.

개척주의

개척주의 정신에는 주권이라는 개념이 일정부분 포함되어 있다. 완전한 자유를 누리되 그에 따른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정신. 국가는 개인의 재산권에 대해 보호해 줄 수 없으며 개인의 분쟁은 그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극단주의 정신이다.

서부개척시대를 생각해보면 편하다. 금광을 찾아 떠난 사람들, 카우보이와 총의 시대. 무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던 시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완전한 형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지만 바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자유는 이미 인류의 탄생부터 경험해 온 진부한 자유다.

따라서 개척주의는 곧 자연상태의 갈망으로도 해석된다. 누군가에게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 자체로 삶을 개척하고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마음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한다.

그러나 개척주의적인 삶이 지속된다면 인류는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 모든 개인의 인간관계는 제도 위에서 펼쳐져야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도시가 생기고 대외적 영향력이 확장된다. 즉 모든 사람이 개척주의적인 삶을 지향해서는 안된다.

개척주의는 한시적인 가치관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어느 한 시대. 팽창주의적 시대에서 벌어진 특수한 상태이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개척주의 정신을 가질때의 전체의 이익은 줄어든다.

제도화와 세금

그래서 인류는 국가를 세우고 세금을 걷는다. 아래 적힌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서. (위 링크드인에 적힌 목록을 그대로 들고왔다.)

조건

  • 노동력 / 인구

  • 영토 / 공간 / 토목 / 건축

핵심 시설

  1. 군사 / 정보시설

  2. 에너지 / 전력 / 석유 / 송전선 / 변압기 / 발전시설

  3. 수도 / 정화시설 / 하천시설 / 댐

  4. 통신 / 통신사 / 방송 / 데이터센터

  5. 운송 / 고속도로 / 철도 / 비행항로

  6. 금융 / 금융시설 / 한국은행 / 조폐공사

  7. 식량 / 대규모 식량 비축기지 / 종자 보관소

  8. 의료 / 병원 / 질병관리청

  9. 산업 / 제조 / 생산시설 / 국가산업단지 / 강철 / 반도체

  10. 정부 및 행정

시스템, 지속

  1. 법률 / 사법

  2. 치안 / 소방 / 교정

  3. 경제 / 시장 / 무역

  4. 교육 / 문화

  5. 연구 / 개발

  6. 외교 / 국제

  7. 환경

한 사람이 이 모든 걸 하려고 한다고 생각해 보면 사실 말도 안 된다. 결국 노동력에서 막히고 그리고 영토에서 막힌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실 링크드인에 적은 내용은 세금을 내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개인이 위에 적힌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면 세금을 15% 내로 적게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최소한의 보안(군사력), 태양광 에너지, 수도 정화, 로컬 통신, 드론 운송, 식량 재배, 3D 프린터. 그리고 앞으로 올 피지컬 AI 시대에서는 한 인간은 2개 이상의 노예 로봇을 소유하는 시대가 된다. 그렇다면 노동력 문제 또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중세 시대 국가 정도는 부유한 개인이 설립할 수 있는 형태가 되며 기업의 이름으로 어느 정도의 자치권과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극단적인 개척자유주의 정신과 보수적인 제도 내의 어딘가에서 한 개인은 국가로부터 최대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대신 최소한의 재산권만 보장받는 선에서 독립을 이뤄낼지도 모른다.

결국 초기 투자만 된다면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이클을 굴릴 수 있다면 국가는 세금을 줄일 수 있고 환경 문제도 해결되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계산을 해보는 순간 세금이 저렴하게 먹힐 거다. 1. 진짜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거나 2. 멍청한 사람만 주권을 가진 기업 형태의 국가를 세우게 되고 장래에는 동인도회사와 같은 결말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세금을 내기 싫다면 차라리 국가를 구독형 SaaS로 장기 구독한다고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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