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Jun Huh

취미자본

1. AI 시대에는 지식노동의 가치가 사라지고 도메인 지식이 중요해진다.

  1. 지식은 빠르게 생산되고 빠르게 소비된다. AI가 1차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요약해서 정보 전달이 가능해진 시대다. AI가 컨텐츠를 만들고 AI가 컨텐츠를 읽는다. 이미 이 시대는 오래전에 도래했다.
  2. Agentic AI는 지식과 더불어 그 위에서 올라가는 행동 마저도 대체하고 있다. 의료 지식, 법률 지식 그리고 Physical한 영역까지도 AI가 해석 가능하고 행동 지침을 줄 수 있다.
  3. 반면 LLM은 도메인 지식을 모른다. 금융, 취미, 의료, … 어떤 산업이든 고맥락 분야가 존재한다. AI가 수집한 단순 데이터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4. 도메인 지식 위에 올라탄 Agentic AI는 실제로 유용한 업무 워크플로우를 수행할 수 있다.1 AI에게 고맥락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그에 맞는 행동 워크플로우를 만든다면 일반적인 사람도, 일반적인 AI도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게 된다.
  5. Human Dependency한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Karrot(물리적 관계), Hervey(라이선스 진입장벽), Anduril(방산). 이런 분야에서는 AI 워크플로우가 복리구조를 만들어낸다.
  6. 그렇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데이터가 중요한가? 아니다. 개인 맥락 데이터는 해자가 아니다. 한 개인의 삶, 행동 패턴 등 개인에 관한 정보는 쉽게 마이그레이션 된다. 새로 만들어지는 서비스는 ChatGPT에서 다른 LLM으로 갈아탈때 GPT에게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면 된다. 개인 맥락 데이터는 쉽게 추출할 수 있다.2
  7. 선언적 지식과 암묵지(tacit knowledge)를 구분해야 한다. 예를들어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고 했을때, “나는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선호는 언어화되어 있어서 LLM 간 이동이 쉽지만, 물을 부었을 때 원두가 부풀어 오르는 정도를 보고 다음 물줄기의 굵기와 속도를 조절하는 감각은 언어화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추출이 불가능하다.

2. 취미는 앞으로 떠오를 도메인 지식이다.

  1. 취미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하며, 실행 주체가 반드시 ‘나’여야만 가치가 발생하는 체득형 활동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취미는 물리적 영역이다. 물리적 영역은 AI가 쉽게 복제하지 못한다.3
    1. 스포츠, 악기, 전시회, 바리스타, 공연관람, 와인 등 우리가 아는 취미 영역의 대부분은 물리적 영역이다.
    2. 노동은 결과가 목적이라 실행 주체를 바꿔도 가치가 유지되지만, 취미는 과정과 ‘내가 직접 한다’는 경험 자체가 목적이라 실행 주체를 바꾸는 순간 가치가 소멸한다. 로봇이 사람 대신 등산을 완주해줘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즉 휴머노이드는 취미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노동을 가져가고 취미 시간을 돌려주는 존재다.
  2. 취미에는 깊이가 있다. 내가 몸으로 체득해서 얻은 지식이 곧 진입장벽이다. 일종의 자기만족으로 기능한다. 게임 디자인의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구조처럼, 입문을 쉽게 만들수록 유입 인구가 늘고 그 위의 숙련 피라미드는 오히려 커진다. 하술할 취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데에 곧 비즈니스 기회가 있는것도 easy to learn에서 기인한다.
  3. 취미는 지식노동이 아니다. 생산성이 목적이 아닌 순수 재미가 목적이다. 이 감정은 AI가 전달해주지 못한다.
  4. 취미에는 정체성, 커뮤니티가 있다. 취미를 퍼뜨리고 사람들과 취미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서 오는 재미가 핵심이다.

3. 앞으로는 취미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1. 대표적으로, 최근 몇 년간 클래식 실연 비중이 높아졌다.4 사람들은 점차 높은 수준의 고맥락 취미를 원하고 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이 어려운 이유를 알아야 하는데, 크게 3가지다.5
    1. 역사를 이해해야 하고,
      1. 역사 속에서 작곡가가 이 곡을 작곡한 배경을 알아야 하고, 작곡가는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지금 이 곡을 지휘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세계의 유명한 악단(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왕립 콘서트허바우 관현악단)은 무엇인지, 어떤 앨범이 명반인지.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개념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 시대에 살아본다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2. 형식/이론을 이해해야 하며,
      1. 소나타, 세도막, 스케르초, 론도등 클래식에서 기초적인 악장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형식을 맞추고 이해하는 재미가 있으며 곡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같은 다악장 형태를 알아야 한다.
    3. 곡 자체를 즐겨야 한다.
      1. 처음부터 취미의 영역이다. 역사든 형식이든 몰라도 일단 들었을때 황홀감이 느껴진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2. 지식노동의 AI 외주화와 휴머노이드의 등장은 인류에게 시간을 돌려준다.
    1. 왜 인류는 컴퓨터를 손에 넣어도 과거 인류보다 더 많은 일을 해왔을까? 그건 실행 주체는 결국 인간이라는 한계에서 시작한다. 휴머노이드와 AI는 실행 주체를 옮긴 첫 번째 사례다.
    2. 깊게 가지 않아도 된다. 이미 역사속에는 시간을 돌려준 사례가 있다. 로마 시대의 경우 노예를 통해 로마 시민은 노동에서 해방되었고, 17세기 귀족은 집사와 하인을 통해 집안일, 청소, 빨래에서 자유로웠다. 물론 이들에게 투입되는 자본의 양은 상당했기에 귀족만 가능했지만, 앞으로 휴머노이드와 AI는 새 시대의 노예와 집사를 만들어준다. 게다가 전기만 있으면 돌아가니, 초기 투자 비용 대비 효용이 높아질걸로 예상한다.
    3. AI 생산성 이익의 일부가 여가 소비로 재분배된다.
      1. AI 생산성 이익의 시간 배분에 대한 증거가 갈리는 건 사실이다. AI가 노동의 “보완재”인 단계에서는 오히려 노동시간이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NBER, 주당 +3.15시간).6
      2. 그러나 개인 생활 영역과 산출량이 고정된 업무에서는 절약된 시간이 생산으로 회수되지 않고 여가로 새고 있다(스탠퍼드 20만 가구 연구,7 한국은행 조사8). 즉 시간 반환의 관건은 3.2.1에서 말한 “실행 주체의 이전”이며, AI가 보완재에서 대체재(에이전트, 휴머노이드)로 넘어가는 순간이 변곡점이다.
      3. 한편 수요 측면은 이미 증명돼 있다. 여가 지출 비중은 10년간 9.5%에서 13%로 늘었고(Visa),9 경험 소비로의 전환은 구조적 추세다(맥킨지).10 시간이 돌아오는 속도는 논쟁적이지만, 돌아온 시간과 소득이 여가로 흐른다는 방향성은 데이터가 지지한다.
  3. 취미는 비싸다. 그리고 수요는 늘어난다.
    1. 취향은 자본이 된지 오래다. 같은 서비스라도 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사람들의 취향이 다변화된지는 오래다. 커스터마이징, 인테리어, 미니멀리즘 열풍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 취향은 취미 레벨로 올라간다. 취향은 선호이고 취미는 활동이다.
    2. 그럼에도 좋은 취향은 비싸다. 이반 자오 노션 CEO는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채용11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취향은 여전히 비싸고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제, AI는 하방을 없앴다. 이젠 모두가 그럴듯한 제품을 내놓는다. 반대로 상방은 무한해졌다. 무엇이 좋은 제품인지 아는 고객의 수준은 높아졌다. 좋은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의 차이를 가르는건 취향이다.
    3. 좋은 취향은 다양한 취미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즐겨하는지 취미를 알아야 좋은 취향을 찾는 안목이 높아진다. 단순히 보고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 보다 직접 경험해보고 만들어본 취미 지식이 있어야 좋은 취향이 나온다.
    4. AI가 콘텐츠 소비와 어설픈 생산을 누구나 가능하게 만들수록, 시간과 몸을 들여야만 얻는 체득형 취미가 희소해지고, 희소한 것이 지위와 정체성의 표식이 된다.

4. 그래서 진짜 비즈니스가 된 사례.

취미는 결국 세 가지 방식으로 비즈니스가 된다. 커뮤니티가 해자가 되거나, 습관이 반복 매출이 되거나, 도메인 지식이 AI 워크플로우가 되거나.

  1. Strava, 취미 활동 그 자체가 커뮤니티 허브.12 사용자는 다른 앱으로 훈련하고 길을 찾고 생체지표를 추적하더라도, 결국 기록의 인정과 세그먼트 경쟁을 위해 Strava에 올린다. 데이터와 기능은 여러 앱에 흩어져 있지만 “같이 뛰는 사람들이 모인 허브”라는 위치가 곧 핵심이다. 해자는 커뮤니티에 묶여있는 데이터라는 명제의 직접적 증거.
  2. Chess.com, 취미의 습관성 = 반복 매출.13 AI 코치가 단순 알고리즘 평가를 넘어, 왜 그런지, 그리고 사용자의 특정 플레이 스타일과 반복되는 실수에 개인화된 설명을 주는 걸 지향한다. 체스를 취미로 둔 사람들에게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었고 이때 월간 반복 매출로 이어진다. 다만 최상위 실력 전수는 여전히 인간 코치의 영역이며,14 이것이 곧 2.2에서 말한 “hard to master”의 숙련 피라미드가 유지되는 이유다.
  3. GOATY, 취미 도메인 지식이 AI 워크플로우의 개선을 돕는다.15 대부분의 골프 앱이 측정에 그치는 반면, GOATY는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효과가 있었는지 추적하는 루프를 돈다. 사용자의 고맥락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 워크플로우로 제안하는 구조다. 1.4에서 말한 “고맥락 정보 수집 -> 행동 워크플로우”가 물리적 취미 영역에서 구현된 첫 형태다.
  4. Garmin, 하드웨어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한다.16 AI가 소프트웨어 계층을 상품화하는 시대에는 센서라는 하드웨어 데이터 계층을 소유한 쪽이 구조적으로 보호받는다.

결국 반복 매출은 취미의 습관성에서 나오고, 해자는 커뮤니티에 묶인 데이터에서 나온다. 지금까지의 취미 비즈니스가 진입장벽 제거에 그쳤다면, 다음 단계는 취미를 보조하는 AI 워크플로우이거나, 휴머노이드 시대가 도래했을 때 물리적 영역에서 취미를 보조하는 자리다.

취미를 가지는게 중요하다.

취미를 이해하는건 인간 행동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어떠한 금전적 동기부여 없이 취미라는 목적을 위해 행동한다는건 목적이 다양화된 열려있는 게임이라는 근거다. 이 사이에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욕망과 취향을 건드려주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최근 매일 아침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먹고 있다. 아직은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원두에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원두를 골라야 맛이 좋은지 단맛, 신맛, 쓴맛의 구분부터, 그라인더 굵기에 따른 맛 차이, 커피 내리는 스킬, 물 온도, … 무엇하나 미약하다. 배워야 할 지식이 산더미고 커피의 역사와 세계가 깊은 만큼 최대한 공부해보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구매해야 할 제품은 얼마나 많은지. 핸드드립을 하면서 불편하다고 느꼈던 지점에서 이를 해결해주는 제품들이 이미 나와있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쪽은 어떨까?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걸 도와주는 앱들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 회사가 AI나 생산성 앱에 집중할때 가장 니치한 분야인 취미 분야에서 시작해보는 것도 기회라 생각한다.

이런 기회들은, 취미에서의 불편함을 발견하려면 직접 해봐야 안다. 책으로만 읽어서 논리적 정합성으로만 파고들면 문제 정의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솔루션은 괴상해진다. 정작 아무도 쓰지 않는 제품이 그렇게해서 만들어진다. 게다가 취미를 배우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해결책이 있고 이걸 제품으로 엮어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해진다.

이번 글에서는 취미에 대해 거시적으로 해석했다. 취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하는 행위가 모호성에서 오는 독자적 해석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즐기는 취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사이에서 기회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또한 이 글을 해석할때 현재 시점이 아닌 5년 후 미래 시점에서, 휴머노이드가 막 자동차와 같은 가격으로 보급화되는 시점에서 고민해보길 권한다. 아니면 2~3년 후 AR 글래스의 보급화 시점에서 상상해보고 이 글의 요지와 접목해본다면 취미자본이 무엇인지 ‘상상’할 수 있을거라 본다.

Footnote

  1. https://github.com/nousresearch/hermes-agent

  2. Ardent Venture Partners는 기본적인 메모리,워크플로우,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은 이제 테이블 스테이크이며, 살아남는 해자는 문서화되지 않는 도메인의 암묵적 규칙을 인코딩하는 애플리케이션임(2026.2). 즉 메모리는 해자가 아니고 도메인 지식이 해자라는 주장. https://ardent.vc/blog-posts/the-moat-just-moved-areas-of-opportunity-in-ai-native-software-d34b7

  3. 창업가가 반드시 집중해야 하는 4가지 역량 에서 컨슈머 비즈니스 타입 3번+4번의 조합이다.

  4. KOPIS 기준 2025년 클래식 공연 건수(+3.3%)와 회차(+9.6%)는 증가 추세다. https://www.kopis.or.kr (문체부·예술경영지원센터,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

  5. 클래식을 예시로 든 이유는 여기에서의 방침이 일반적인 취미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배경을 알고, 개념을 이해하고, 대상을 즐기는건 모든 취미의 핵심이다.

  6. NBER Working Paper “AI and the Extended Workday”

  7. Stanford SIEPR, 미국 20만 가구 브라우징 데이터 분석

  8.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2026.6)

  9. Visa Business and Economic Insights “For the fun of it: The evolution of leisure spending”

  10. McKinsey “Are you experienced?”

  11. Ivan Zhao, “The Refounder” (Sequoia Capital Podcast). 자오는 인재를 “역량 × 취향 × 주체성”으로 정의하며, LLM이 역량을 평준화했기 때문에 노션은 취향과 주체성에 최적화해 채용한다고 밝혔다. https://sequoiacap.com/podcast/notions-ivan-zhao-the-refounder/

  12. Strava는 2026년 초 IPO를 신청했으며 평가액은 약 2230억 달러 수준으로 논의된다. 유저 1.5억+ 규모이나 유료 전환율은 1015%에 그치고, Garmin·Whoop·Oura와의 경쟁이 리스크로 지적된다.

  13. Aimchess, Chessvia, Chess.com의 Coach Chester 등 AI 체스 코치는 월 12~15달러 구독 구조로, 취미 AI가 반복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14. 강한 인간 코치가 사용자의 사고를 지켜보고 심리적 경향을 이해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주는 것은 여전히 어떤 AI 구독보다 개선 효율이 높다는 평가. 1.7의 “암묵지는 추출 불가능”과 같은 층위다.

  15. GOATCode.ai(GOATY) 1,896명 회원 기준 평균 +29 GOAT Score 개선, 절반가량이 5점 이상 개선. 대부분의 경쟁 앱은 측정에 그친다.

  16. Garmin의 방어 해자는 자사 하드웨어에서만 작동하는 생체지표 스택(수면, HRV, Body Battery 등)이다. AI가 소프트웨어 계층을 상품화하는 시대에는 센서라는 물리적 데이터 계층을 소유한 쪽이 구조적으로 보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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