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정의
어렸을때는 성공을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것이라 착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진정한 성공은 심리적 여유를 갖는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성공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정해두었다.
고객을 위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소프트웨어 개발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 성공적인 일이 있을까? 내가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고 그걸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 만큼 세상을 위한 일이 있을까 싶다.1

창업씬에서는 크게 두 가지 마인드로 갈리는 것 같다.
-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상주의적 마인드.
- 돈을 많이 벌어서 편안하게 살겠다는 현실주의적 마인드.
물론 다 좋고 동기부여 관점에서도 합리적이지만 결국 내 앞에 고객 하나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허울뿐인 외침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첫 번째 고객이 아니라면 두 번째 고객은 더욱이 만족시키지 못할 터. 내가 먼저 쓰고 싶고 그걸 다른 사람도 써봤으면 하는 마음가짐이 올곧은 창업가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온전히 제품에만 집중해야 한다. 매일 쓰고 싶어지는 제품, 그러면서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줄 수 있는 제품. 그런 제품은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브랜드가 되어 널리 사용되는 스테디셀러가 된다. LLM은 코드는 복제해도 신뢰는 복제하지 못한다.
집착
이전에 로카르 교환법칙을 쓰면서 내재한 함의가 크게 2가지 떠오른다.
-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것
- ‘적’의 관점에서 생각할 것
범죄학에 관한 글이지만, 소개된 원칙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놀라울 정도로 잘 적용된다. 범인에게 집착하듯 제품에 집착하고, 범인의 머릿속에 들어가듯 고객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일은 두 부문 모두 동일한 원칙을 공유한다. 나태해지지 말아야 한다. 끝없이 실패해도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
고객이 만족할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고객이 매일 사용하는 ‘특정’한 부분을 매우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것. 이전에 다른 글에서 설명했듯이 사용자가 매일 쓰는 진짜 몇 가지 기능에만 광적으로 집착해야 한다.
성공의 마인드
앞선 일들을 하다보면 부는 따라온다. 심지어 그게 돈 안되는 봉사라 할지라도.
지금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서버OS 시장을 장악한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르발즈는 리눅스를 오픈소스화 했다. 사실 이게 말도 안되는 결정인게 만약 이걸 상용화 했으면 진짜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거라는 말도 있다. 게다가 단순 공개를 넘어 누구나 쓰고 누구나 리눅스에 기여할 수 있도록 두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리누스가 적어도 일반인 관점에서는 부자라는 사실이다. 리누스는 리눅스를 성공시키고 그걸 엔터프라이즈화 시킨 회사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주식과 스톡옵션을 받았다. 그중에는 레드햇 같은 거물 기업도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이 회사들이 엄청나게 성장하게 되고 리누스의 지분가치는 그에 비례해서 상승했다. 거기에 더해 리눅스 재단에서 연 20억원 정도의 고액 연봉을 받는다. 압도적 부를 이루지 않은 보상으로 가족들과 시간을 지내며 명예와 부 모두를 가져갔다. 부러운 삶이다.
반대로 회사를 키워서 독점한 뒤에 펀드를 만들고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모으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피터 틸.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일찍이 파운더스 펀드를 만들어서 후배 창업가들에게 금전적으로 지원을 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일을 해왔던 사람이다. 그렇게 그가 투자한 회사는 SpaceX, 스트라이프,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고 틸 펠로우십을 만들어서 이더리움을 만든 부테린, 피그마를 만든 딜런 필드가 대표적이다.
돈은 목표가 아닌 결과다. 기업, 그중에서도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은 누구나 선망하는 명화를 만드는 것과 같다. 내가 그린 그림이 잘 팔릴지 안 팔릴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림 실력으로 줄세우기를 하면 가장 잘 그리는 사람이 받겠지만 그림 실력은 또 누가 정하는가. 고로 현대 예술 시장이 그렇듯 시장의 기준을 정하는 회사가 가장 높은 값을 받고 그런 회사들을 기준으로 다른 회사의 가치를 정하는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현금은 일종의 총알이거나 거래하기 위한 자산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중요한건 내가 교환할 수 있는 자산이다. 내 회사의 지분, 내 이름값, 신뢰와 브랜딩, … 이 모든 결과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복리를 만들어낸다. 모종의 이유로 우리 회사를 알게된 사람이 다른 제품군에 관심을 갖고 창업가의 인터뷰와 포스트를 읽어보고 제품을 구매할 수도, 어떤 투자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회사를 알게된 후 “이 회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엄청 매력적인 회사다”는 확신이 들어 투자를 결심하는등. 여러 요인이 얽혀서 복리가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AI 시대에 더 이상 취향도 가치를 잃는다. 결국 더 추상적인 가치관인 ‘신뢰’로 넘어가야 함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신뢰를 만드는 요인은 참으로 인간적인 요인이기에 복제하거나 파악하기 어렵고 정말로 난해한 분야라는걸 깨닫게 된다. AI가 만들어낸 저맥락 컨텍스트에서 신경회로가 만들어낸 복잡미묘한 세계가 이제 모든 스타트업의 게임이 되었다.
다시 꾸준함의 게임으로
천천히 쌓인 복리와 신뢰는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다. 게임의 축을 비틀고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cse.ac 블로그에 이전에 링크드인, substack에 쓴 모든 글을 백업해두었다. 한 글을 읽고 나서 과거의 글을 찾아보시는 분이 꽤 된다. 이게 복리의 가장 단편적인 효과다. 과거 1년 넘게 매주 화요일 오후 6시에 항상 링크드인에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후로 내 글을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생겼고 이게 내가 가진 소셜미디어와 제품에 모두 흘러들어갔다. 이런 효과가 초기 복리의 신호다.
그런 연유로 내가 쓴 글들을 잘 지우지 않는다. 지금도 X, 스레드, 링크드인에 과거 생각과 글들이 적혀있다. 개중에는 부끄러운 내용도 많고 욕먹은 것들도 더러 있다. 분명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글들이다. 물론 이런 글을 쓸때에는 3일 단위로 퇴고를 하는데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되면 부족한 점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우지 않는다.
종종 올리는 포스트에는 거의 대부분 과거 글이 인용되어 있다. (이번 포스트는 3개의 이전 글이 인용되어 있다) 같은 주장을 두 번 증명하지 않으려는 귀찮음에서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글 쓰는 시간을 줄여주는 자산이 되었다. 새로운 주장에 대해서는 보강하고 과거 주장에 대해서는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글을 쓸때 아래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데,
- 글을 꾸준히 쓰고
- 한 번 쓸때 여러번 퇴고를 거친다음
- 지우지 않는다
이 원칙이 1. 여러명의 독자를 불러오고 2. 한 번 글을 읽은 사람이 다른 글을 읽는 비율이 올라갔으며 3. 주장을 정리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복리효과를 주었다. 단순한 원칙이 여러 효과를 낳은것이다. 그리고 이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정리해두었다.
대략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블로그에 글을 써왔으니 글을 쓴지 꽤 오래되었다. 어렸을때는 백일장에 나가서 상도 받아오고 뭔 글쓰기 대회가 있으면 거진 2등 정도는 했었는데 지금은 코드로 밥벌어먹고 있는게 꽤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코드 쓰는 것 보다 글 쓰는게 더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다. 글을 쓸때면 결과보다는 과정에만 몰입하고 심지어는 퇴고와 자료조사, 논리적 결함을 수정하고 반복하는 고통마저 행복하다.
꾸준함에는 고통을 견디고 재미로 승화시킬 ‘적성’이 필요하다. 최근에 읽은 짐 콜린스의 신간도서인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서는 인코딩이라는 개념으로 소개하던데 아마 이 능력이 아닌가 싶다. 콜린스는 이 고통을 ‘스트레스와 고역의 세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모든 사람은 이 세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불꽃’이 세금을 압도한다면 계속 그 일을 하고 그렇지 않다면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요약하자면, 행위를 즐기는 사람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는 주장.
그렇다면 다시 주장으로 돌아와서, 성공의 정의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경우 고객을 위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슴뛰는 일인지. 잡스가 말한대로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이라도 이 일을 할지 질문해보아야 한다. 그렇다는 확신이 들면 그 일을 꾸준히 지속하면 되고 아니면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시간은 많다.
Footnote
-
대체 아래 댓글 분이 내 어떤 제품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엄청 대중적인 제품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한다. 내 부모님도 내가 만든 제품을 다 모르시는데;; ↩